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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정치 실험’ 실패 있어도 좌절은 없다
양당구도 높은벽…‘풀넷’ 후보 18명중 15명 고배
주민 정치참여 요구·무상급식 등 쟁점화는 결실
한겨레 길윤형 기자기자블로그 황춘화 기자 이승준 기자 메일보내기
» 6·2 지방선거에서 서울 도봉구 구의원으로 출마했다 낙선한 이창림 후보(맨 왼쪽)가 지난 5월 도봉구 자신의 선거사무실 개소식에서 자원봉사 대학생들과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풀뿌리 좋은 정치 네트워크 제공
6·2민심 이후

6·2 지방선거에서 서울 도봉구 구의원에 출사표를 던진 이창림(33)씨는 안타깝게 낙선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풀뿌리 좋은 정치 네트워크’(풀넷)가 추천한 ‘풀뿌리 좋은 후보’(무소속)로 나서 25.5%(8267명)를 얻었다. 그러나 30%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한 한나라당·민주당 후보의 벽을 넘진 못했다.

그는 ‘지역 현안’보다는 ‘정권 심판’에 초점이 맞춰진 이번 선거의 구도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씨는 “유권자들의 반응이나 분위기가 좋아 내심 당선기대했지만, 결국 유권자들이 민주당 후보 쪽에 전략적인 투표를 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 ‘동네정치 실험’ 실패 있어도 좌절은 없다
이웃한 서울 노원구에서도 풀넷이 추천한 시민후보 서진아(46·무소속)씨와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 진보정당 후보 4명이 ‘노원유권자연대’를 만들어 구의회 동반 진출을 시도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서울 마포구의 문치웅 후보, 광진구의 김승호 후보 등 오랫동안 지역 풀뿌리 운동을 해온 다른 풀넷 후보들도 마찬가지였다. 풀넷이 추천한 전국의 후보 18명 가운데 당선자는 대구의 유병철(48·무소속) 후보 등 3명뿐이었고, 서울에서는 6명 모두 낙선했다. 서울의 경우 시의회에서도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진보정당이 비례의석을 얻는 데 실패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으로 나뉘어 표가 분산된 탓이다.

풀뿌리 민주주의 운동의 관점에서 ‘이번 선거가 아쉽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대영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무총장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심판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참된 지역 일꾼을 뽑는다는 지방자치의 원래 목표는 이번에도 달성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겨레>가 지난달 서울시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자료를 보면, 서울 25개 구의회에 소속된 417명의 기초의원 한 사람이 1년에 발의한 조례 건수는 평균 0.8건에 불과하다. 2006년에 뽑힌 서울 기초의회 의원들의 연령별 구성은 50대 이상이 56.1%인 반면 20대는 1명도 없었다. 그 때문에 지금도 별다른 활동 실적이 없는 민주당 기초의원들이 정권 심판 바람을 타고 대거 당선됐다고 뭐가 달라지겠냐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선거에서 뽑힌 서울 기초의회 당선자 366명 가운데 30대 이하는 24명으로, 2006년의 28명보다 되레 4명이 줄었다.


» 6·2 지방선거 결과 지방의회 의석수 분포
그러나 현장의 풀뿌리 후보들은 ‘동네정치를 바꾸면 삶이 바뀐다’는 꿈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김태선 노원유권자연대 집행위원장은 “낙선 이후 상실감이 컸던 것도 사실이지만, 지역에서는 아직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노원구의 경우, 투표일을 앞두고 민주당과 진보정당들이 구청장 후보를 단일화하면서 정책협의회를 만들기로 했다. 정책협의회에는 김성환 노원구청장 당선자 쪽과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지역 시민단체 추천 인사들이 참여한다. 노원구는 협약에 따라 1년 전체 예산의 3%를 협의회가 지지하는 사업에 사용해야 한다. 노원유권자연대는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 제정 등의 사업을 우선 추진할 방침이다.

이창림씨는 8일에도 낙선 인사를 다니느라 바빴다. 이씨의 휴대전화와 블로그에는 그를 지지했던 지역 주민들의 위로와 격려가 가득했다. 그는 “비록 낙선은 했지만 지역 도서관이나 주민참여 등 동네 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가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지역에는 청소년들이 진로를 상담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데 지역 전문직 종사자들과 청소년을 연결하는 활동을 구상중”이라고 말했다.

오성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경기 고양시처럼 포괄적인 연합정치가 이뤄졌다면 좀더 많은 젊은피들이 풀뿌리 정치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을 텐데, 그런 조정이 무산돼 안타까웠다”며 “그래도 지방선거 사상 처음으로 친환경 무상급식 등 생활 이슈가 선거의 중심에 등장한 것은 한발 전진한 결과로 본다”고 말했다.

길윤형 황춘화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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