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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0 14:42

[복음과 상황 1월호]지역 정치판은 우리 밥이다



사회변화와 교회개혁에 관심이 많은 기독교 잡지 복음과 상황에 실린 글입니다. 
사실 지역정치판에서 20대는 밥이라고 생각이 더 듭니다.
하지만 20대 중에서 출마자를 찾고 지역에서 20대 의제를 발굴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을 뭘로 보낼까 무척 고민했는데 제가 나온 사진이 쓸만한게 별로 없더군요.
다음세대재단에서 하는 비영리미디어교육 때 사진입니다. ^^





지역 정치판은 우리 밥이다
[231호 특집 스무 살에 할 수 있는 일곱 가지 반란]도봉구 지역활동가 이창림 씨의 도발
[231호] 2009년 12월 24일 (목) 11:42:02 이창림 lee.changlim@gmail.com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나 봅니다. 하긴 벌써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전선거운동금지기간(2010년 6월 2일 선거 전 180일부터)에 접어들었으니 선거철은 맞습니다. 선거 시기가 되니 언론에서는 앞다투어 선거 소식을 다루고 있습니다. <복음과상황>에서도 지방선거에 관심을 갖고 인터뷰와 좌담회 등을 기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기대가 됩니다.

편집부로부터 ‘지역 정치판은 우리의 밥이다’라는 도발적(?)인 주제로 20대 대학생과 기독 청년들이 지방정치에 관심을 갖도록 도전하는 글을 써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정치에 관심을 갖도록 도전하는 글은 제 능력 밖의 일이라 거절하려고 했으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써도 좋다는 말씀에 용기를 냈습니다.

우린 몰라도 너무 몰라
 
먼저 독자 여러분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특히 20대 독자께서는 꼭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1) 살고 있는 곳의 광역자치단체장 이름을 알고 있습니까? 2) 기초자치단체장의 이름을 알고 있습니까? 3) 지역구 출신 광역의원이 누구인지 알고 있습니까? 4) 기초의원의 이름이 무엇인지, 기초의원이 몇 명인지 알고 있습니까?
 
1번 질문은 대부분의 독자께서 답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서울시장, 부산시장, 경기도지사 등 16개 광역시도지사가 여기 해당합니다. 구청장이나 시장·군수의 이름을 묻는 2번 질문에 답을 하신 분은 얼마나 계실까요? 그분들은 지역 정치에 대한 관심이 조금은 있는 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3번과 4번 질문에 답을 하신 분들은? 제 짐작으로는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기회가 될 때마다 물어보곤 하는데 대부분 모르더라고요.
 
내친김에 몇 가지 질문을 더 해 보겠습니다. 기초자치단체의 예산이 얼마인지 알고 있나요? 인구는 몇 명인지 알고 있나요? 알고 있는 조례가 있습니까? 역시 바로 답을 하는 분들이 많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뭘 알아야 면장도 해 먹는다’던데 이렇게 아는 게 없어서야 ‘지역 정치가 우리 밥’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가당치도 않습니다. 오히려 적어도 지금까지는 우리 시민이 ‘지역 정치의 밥’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특히 20대는 더욱 그런 대접을 받은 것 같습니다.

낮은 투표율과 푸대접의 상관관계
 
기성 정치권에서 20대를 푸대접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투표율을 보면서 실마리를 찾아볼까요. 2006년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50%를 조금 넘었는데, 연령별로 보면 20대 투표율은 33.8%, 30대 41.4%, 40대 55.4%, 50대 68.2%, 60살 이상은 70.9%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처음 투표권을 행사한 19세는 37.9%였습니다. 보시다시피 20대의 투표율이 가장 낮습니다. 50~60대와 비교하면 절반의 비율도 안 됩니다. 좀 더 세분화해서 보면 20대 전반은 38.3%, 20대 후반은 29.6%, 30대 전반 37.0%, 30대 후반 45.6% 등입니다. 20대 전반의 투표율이 후반보다 높은 이유는 그 나이 또래에 군복무자가 많아서라고 합니다. 군대에서는 거의 100% 투표에 참여하니까요. 20대 후반은 지난 2000년 16대 총선 이후 줄곧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였습니다.
 
이렇게 투표율이 낮으니 정치권에서 20대 보기를 뭐 보기처럼 하는 것 아닐까 합니다. 20대를 위한 공약이나 정책은 구색 맞추기 정도로만 만듭니다. 그래도 선거철이 되면 출마자들이나 정당은 20대를 위한 반짝 공약으로 표심을 얻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선거 후엔 감감무소식입니다. 정당에서는 ‘사이버 서포터즈’니 ‘청년(대학생) 정책 자문단’이니 하는 것을 모집하지만 그 운영을 잘 하려는 의지는 없어 보입니다. 환심을 사기 위한 시늉일 뿐입니다. (그런 모임이 잘 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것 같긴 합니다만.) 같은 시간이면 노인정 한 번 더 방문하는 게 선거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을 정치인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정치권이 20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20대의 낮은 투표율과 맞물려 있습니다.

우리가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건 아니잖아
 
그렇다고 20대 대학생과 청년들이 일부러 정치에 무관심하고 투표를 하지 않는다고 보긴 힘듭니다. 친구들 만나서 MB정부를 비롯해서 정치인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그러지 않습니까. 광우병 쇠고기 문제나 용산참사,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열띠게 토론했고, 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정치에 관심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여기서 투표율과 관련한 통계를 좀더 살펴보면 재미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20대 후반부터 30대 전반 세대의 (선거 종류에 따른) 투표율 편차가 다른 연령층보다 크게 나타났다는 것입니다(<한겨레신문> 2006년 9월 27일자). 20대 후반과 30대 전반은 2002년 대선 때 각각 55.2%와 64.3%의 투표율을 보였으나, 5·31 지방선거에선 각각 25.6%포인트, 27.3%포인트나 떨어진 반면, 50대와 60살 이상은 지방선거에서 투표율이 떨어지긴 했으나, 그 편차가 각각 15.5%포인트, 7.8%포인트에 그쳤답니다.
 
지방선거에 유독 무관심한 것입니다. 그 이유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아는 게 별로 없어서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동안 세 번의 지방선거에서 투표 행위를 했는데 그 중 제가 출마했던 지난 선거를 제외한 두 번은 누구를 뽑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첫 번째 선거는 군대에서 했는데 잔뜩 배달 온 공보물을 꼼꼼히 살펴보긴 했지만 아는 게 없으니 그냥 손 가는 대로 찍었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선거였던 2002년 지방선거에선 후보를 찍었는지 붉은악마를 찍었는지 가물가물합니다. 광역단체장은 언론에서도 많이 다뤄 주고 유명한 사람이 나오니까 이리저리 생각해서 찍지만, 구청장·시의원이나 구의원은 당최 뭐 하는 사람인지 누가 제대로 알려 준 적도 없었으니 그냥 찍었던 게 당연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초의원, 별별 일을 다 하는구나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무렇게나 찍었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엄청나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도봉구처럼 가난한 편에 속하는 자치구도 한해 예산이 2500억 가량 됩니다. 고양시나 분당 같은 곳은 몇 배가 더 됩니다. 도봉구 의원 14명이 그 예산을 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보도블록을 까뒤집는 사업에 예산을 얼마나 할지 정하는 것도 의원이고, 집 앞 공원을 짓는 예산을 배정하는 것도 의원입니다.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무료 급식을 늘릴 수도 있고 마을 도서관 운영을 잘하도록 지원할 수도 있습니다. 공공시설 남녀 화장실의 개수까지 조정할 수 있습니다. 의원들은 예산을 다루고 조례를 만들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일을 거의 모두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과 하는 것의 차이가 큽니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대개의 지방의원들은 그런 일을 솔선해서 잘 하지 않습니다. 한 정당이 독식하고 있는 의회 구조 때문이라고도 하고, 공천권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이나 지구당 위원장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여하튼 의원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수록 우리 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는 건 사실입니다.
 
최근 대학생들과 관련한 사례가 하나 있습니다. 학자금이자지원조례를 만든 것입니다. 등록금 천만 원 시대에 열심히 학교를 다니고 졸업했을 뿐인데 신용불량자가 되는 상황에서 등록금에 대한 이자를 광역자치단체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조례를 만든 것입니다. 서울에서도 대학생,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서 조례를 만들려고 주민발의운동을 했습니다. 국민적 호응이 높아지자 정부에서는 ‘등록금 후불제’라는 제도를 만들어 냈습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에서는 서울광장을 헌법이 보장하는 범위에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사용하자는 취지로 ‘서울광장 사용에 관한 조례 개정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장의 자의적 판단으로 허가를 내주는 현 제도가 불합리하다는 취지입니다. 동네에서 서명을 받아보면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이라 서명을 받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워낙 많은 수의 서명을 받아야 해서 쉬운 일은 아닙니다. 사실 조례의 개정은 서울시 의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바꾸면 되는 사안입니다. 그러나 의원들이 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이런 사례들은 부지기수입니다. 우리의 무관심을 등에 업고 당선된 사람들이 얼마나 엉뚱한 일들을 벌이고 있는지 다 나열하기조차 어렵습니다.

   
그럼 어떻게? 우리가 한번 해 볼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20대 청년들에게 더 낮은 곳, 더 많은 시민들을 만날 수 있는 지역에서 활동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지역으로 눈을 돌리면 새로운 기회들이 많이 열립니다. 일단 젊은 층이 많지 않기 때문에 따뜻한 대접을 받습니다.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고,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동네에 있는 시민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활동을 하거나, 작은 도서관이나 공부방·지역아동센터 같은 곳에서 자원봉사를 해도 좋습니다. 동네 이슈를 취재해서 온라인 신문이나 지역신문에 기고하는 것도 동네를 알아가는 좋은 방법입니다. 누구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세금이 새는 곳은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보는 눈을 길러 줄 겁니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구체적으로 있는 분은 의회 방청을 한번 다녀와 보시기 바랍니다. 의원들의 회의 모습을 지켜보면 “아, 나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꼭 주위 이웃과 함께하시기 바랍니다. 내년 지방선거에 마음에 드는 후보를 도와 선거운동을 해 보는 것도 아주 좋은 경험입니다. 선거만큼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많은 주민들을 만나고 지역을 알아갈 수 있는 시기도 없습니다. 자신이 출마한 것이라 생각하면서 선거운동을 할수록 더 많은 경험이 남을 것입니다.
 
‘Think Globally, Act Locally’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저는 ‘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거든 지역에서부터 행동하라’는 말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모든 문제는 나를 둘러싼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합니다.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는 간디의 말도 그 맥을 같이한다고 봅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작은 실천이 모여 큰 결실을 맺는 것은 분명한 이치입니다. 마지막으로 시 한 편 나누면서 글을 맺겠습니다.


     누가 아는가   
                                        박노해

     검푸른 강물도
     작은 물방울 하나에서 시작된다

     우람한 푸른 숲도
     작은 도토리 한 알에서 시작된다

     거대한 함성도
     여린 촛불 하나에서 시작된다

     씨알 하나처럼 작은 나는
     위대한 일은 이룰 수 없지만

     누가 아는가

     씨알처럼 작은 걸음들이 함께한다면
     씨알처럼 치열하게 밀고 나간다면

     누가 아는가

     겨울 대지에 묻힌 뜨거운 숨결 하나가
     모든 씨알을 싹 틔우는 푸른 메아리로 울려 퍼지는 걸

 

이창림 님은 대학 졸업을 한 학기를 남기고 어학연수 대신 참여연대에서 1년간 인턴 활동을 하며 시민운동을 시작했다. 생태, 평화, 성 평등, 미래, 다양성 가치를 우리 사회에 실현하려는 초록정치연대의 창립간사로 활동하며, 지역의 변화를 통한 사회변화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2006년 지방선거에서 도봉구 구의원 후보로 출마했다가 '똑' 떨어졌다. 동네에서 지역복지운동, 마을신문 만들기 등 ‘홍반장’처럼 활동하고 있다. 자전거, 수다, 보드게임, 등산을 좋아하고, 예수와 간디, 장일순을 인생의 스승으로 모시고 살아가고 있는 동네 청년이다.

http://www.gosc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7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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